거리를 지나치며 장미꽃을 봤을 때 어떤 생각이 먼저 듭니까? 그저 아름답다하면 그것으로 됐습니다.
화원 속에 있는 장미를 보고 저것을 꺾어 사랑하는 사람에게 바치고 싶은 사람이 있겠고, 또 어떤 이는 집안 분위기 쇄신용, 장식용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꽃집 주인이라면 값을 제대로 받아야 하니 장미꽃 관리에만 신경을 쓸 수 있겠지요.
장미꽃을 장미꽃으로 내버려두지 못하는 우리입니다. 항상 어떤 가치를 따지고 평가해서 얼마짜리로 환산하는데 길들여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가요? 우리는 항상 어떤 낮은 단계의 실용화와 도구화에 부지불식간에 물들여있습니다.
한국 정치의 백신, 안철수 교수에 대해서도 그렇다고 봅니다. 그분의 인생 스토리와 정신세계를 존중한 나머지 그대로 놔두기는 아깝다 여겨 항상 어떤 식으로 쓰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없었나 하는 것입니다. 정치를 했거나 하고 있는 사람들은 더욱 안 교수의 값어치를 이처럼 계산하기에 바쁘지 않았는지 되돌아봤으면 합니다.
안 교수가 출마의사를 넌지시 비췄을 때 그의 인기도를 앞 다퉈 냈던 언론도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신속히 당선 가능성을 따져 보고 향후 파괴력을 가늠해야봐야 직성이 풀리는 언론 생리상 어쩔 수 없다 해도 어떤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안 교수의 인기도가 높은 것은 기존 정치권에 신물이 반영된 것이란 해석이 가능합니다만 개인적으로 그보단 안 교수의 충직한 마음 그 자체라고 봅니다. 달리 표현할 길이 없는 깨끗한 인물상이 아니었나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자주 말하는 진정성입니다.
서울시장 후보를 희망제작소 박원순 변호사로 단일화하고 불출마를 선언한 안 교수의 모습에서도 이런 향기가 물씬 풍겨납니다. 무엇을 바라기 이전에 좋은 사람에게 좋은 기회를 주고자 하는 마음이 올곧이 전달됩니다.
안 교수는 정치인이 아니지만 훌륭한 정치인의 모습을 선사했습니다. 그는 시장 출마를 않겠다고 했지만 시장을 한 것이나 진배없을 만큼 한국 정치수준을 끌어올렸고 유권자와 시민 개개인에게 희망과 흐뭇함을 주었습니다.
이런 안 교수를 보고 저의가 혹 있지 않을까? 이번 서울시장직 불출마 이후 또 다른 플랜을 갖고 있지 않을까 하는 시각이 한번쯤 제기될 수는 있겠습니다. 그러나 그것에 집착한다면 한국 정치의 중병이 아닐 수 없다 하겠습니다. 본래의 마음을 그대로 보지 못하고 항시 무엇인가 색깔을 씌워 보는 그것, 심각한 것 아니겠습니까?
안 교수는 그 자체로 이미 정치인이 되었습니다. 현실정치에 몸을 담그지 않더라도 현실정치가 제대로 돌지 않으면 그는 이를 반사적으로 비출 수 있는 인물이 되었습니다. 그가 이것을 의식하든 안하든 상관이 없습니다. 이번 출마를 둘러싼 저간의 사정이 이를 확인시키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안 교수는 정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다소 그런 의향을 내비쳤다고는 해도 그것을 통념상 정치행위라고 부르지는 못합니다. 그럼에도 그는 이제껏 꿈 많은 청소년들을 찾아다니며 큰 힘이 되어주는 큰 정치를 했습니다.
안 교수의 이런 모습을 그대로 지켜주는 것이 어쩌면 우리가 할일인지 모릅니다. 장미꽃을 꺾어 기막힌 장식을 연출한다고 해도 그것은 이미 꺾인 장미이며 온전한 의미의 장미 그 자체가 아닙니다. 쓰임을 받는 장미이지 아름다움 그 자체로서 장미가 아니란 것입니다. 안철수 한 개인에 대해 우리가 그 존재 자체에 경이를 느꼈으면 합니다. 너무 아끼는 나머지 그를 부러뜨려 한국 정계의 도구화에 넘기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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