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교수와 시골의사 박경철씨에게 평소 존경심을 유지해온 한 개인으로서, 안 교수의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환영하면서도 동시에 도시락 들고 쫓아다니며 출마를 말리고 싶습니다. 환영하는 이유는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안 교수만큼 출중한 인물이 없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출마하지 말 것을 감히 말씀드리는 것은 안 교수는 이미 정치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판에 있어야 정치를 하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국회의원과 달리 서울시장은 바꿀 수 있는 것이 많다고 말했는데 수긍이 갑니다. 안 교수가 정확히 무엇을 염두에 두고 그런 말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 때 소통령이라고 했을 만큼의 막강한 자리가 서울시장직이었으니 이해를 합니다.
안 교수의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차기 대권과의 관계 등 정치공학적인 분석을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만, 그렇게 따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기 때문에 뭐라 덧붙이진 않겠습니다.
다만 언제부터인가 정치권, 언론에서 안 교수와 박경철 의사에 대한 정계 진출 추천설이 흘러나올 때 안타까운 마음이 앞섰습니다. 그것은 이미 안 교수와 박 의사가 ‘큰 정치’를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치란 무엇입니까?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라 했는데, 이미 두 분은 그런 일을 하고 있었다 이 말입니다.
희망이 없던 우리 시민들에게, 특히 미래 주역인 청소년들에게 두 분은 그야말로 독보적인 존재입니다. 멘토 중 멘토입니다. 언젠가 지리산 자락에 있는 한 시골 고등학교에 가서 학생들과 우리사회를 논하고 고민거리를 해결해주는 모습은 정치인 이상의 모습이었습니다. 물리적인 정치세력은 아니었지만 그보다는 훨씬 차원 높은 정치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이 말입니다.
안 교수의 시장 출마 자유의지를 꺾을 순 없습니다. 아직 출마하겠다고 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돼 가는 것 같아 그렇습니다. 안 교수가 선거에 출마해 당선되면 안 교수는 기존 관념상 정치인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건 안 교수의 보폭과 한계를 스스로 좁히는 결과로 귀결될 수 있음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안 교수 자신은 아니라고 할지 모르지만 이미 국민의 눈에 보이지 않은 정치인으로, 스스로 어떤 이념정당에 발을 들여놓지 않은 정치인으로 국민들 의식에 자리 잡았습니다. 직업으로서 정치인, 현실정치인은 아니나 실은 그보다 훨씬 큰 정치인이란 것입니다. 이런 분이 야권 표 분산 어쩌구저쩌구 하는 정치판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좁은 정치인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입니다. 안 교수 본인 의도와는 관계없이 그렇게 흘러갈 공산이 높아 하는 우려의 목소리입니다.
안 교수가 서울시장이 되어 바꾸고 싶은 것이 많이 있으면-이미 많이 바꾸고 있지만-차라리 대권을 넘보십시오. 정치세력이 없으면 차라리 총리로 나가십시오. 무소속으로 출마해 서울시장이 되더라도 현실정치에선 많은 난관이 있을 것입니다. 바꾸려는 것들이 많이 있지만 실상은 현실정치 발목에 잡혀 안 되는 것도 많이 있을 것입니다.
안 교수에게 대권을 넘볼 것을, 총리로 나갈 것을 밝히는 것은 그렇게 바라고 하는 것은 아니며 답답한 마음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안 교수가 이렇게 높으신 지위에 있는 분들보다 못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꿈을 잃거나, 또는 야무진 꿈을 꾸고 있는 외딴 시골 학생들에게 다가가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어느 정치인도 못하는 일입니다.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안 교수는 인생은 불안정한 것이며 때문에 오히려 끊임없는 도전을 해야 한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너무나 공감하는 말이며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말입니다. 안 교수 자신도 이 같은 틀에서 시장 선거에 출마하고 당선이 되어 많을 일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설령 당선 실패, 당선됐더라도 서울시장으로서 실패를 경험하고 그렇더라도 안 교수는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습니다. 그러면 서울시장에 출마하십시오. 적극 지지할 것입니다.
그러나 안 교수는 현재 본인이 의식하든 안 하든 이미 큰 정치를 하고 있다고 여기시기 바랍니다. 상당수 국민들의 의식 속에는 안 교수가 현실정치의 대안으로 이미 자리 잡았다는 말입니다. 그것을 눈에 보이는 현실정치로 구현할 수 있으면 더욱 좋은 일이겠지만 오히려 그 점이 안 교수의 정치적 스케일을 줄이는 결과를 맞을 수 있음을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어쨌든 안 교수를 적극 성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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